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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로진은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을 싫어해?

 

 

사람의 생김새나 사고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건

안드로진 모두가 이렇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문제야.

 

마치 "모든 반곱슬은 자신의 머리를 싫어해?"

랑 비슷한 질문인 것 같아.

 

마침 비유 대상이 반곱슬이 나왔으니까...

계속 반곱슬에 비유를 해서 설명해 보자면

 

반곱슬을 가진 사람의 심리도 여러가지가 있을거야.

 

1. 나는 내 반곱슬이 나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

2. 나는 내 반곱슬이 나랑 완전 안 어울리는 것 같아.

3. 나는 사실 뭐 상관없는 것 같아.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머리스타일로 바꾸면 되지.

 

 

 

1번 사람은, 그냥 자기 머리스타일에 만족하면서 살겠지?

누가 "님 머리 이쁘다, 파마한 거예요?" 라고 물어보면

"아니에요 ㅋㅋ 저 원래 반곱슬임" 이렇게 자랑스럽게 대답할 거구.

 

안드로진인데 자기의 생물학적 성별과 그 외모에 만족한다면

뭐 그냥 남자로 태어나서 또는 여자로 태어나서 좋은 점을 좋다고 치고

그럭저럭 만족하고 살아갈 거야.

 

 

 

2번 사람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바꾸려고 하겠지?

반곱슬 성질을 감추려고 아예 매직으로 펴버리거나, 더 펌을 넣거나.

 

안드로진인데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에 불만족하는 경우는

자신의 외모가 '중성성'을 어필하는데 부적합하다고 생각해서

얼굴을 성형하거나, 여자의 경우에는 가슴의 크기를 줄이거나 하는 경우도 있어.

 

 

 

3번 사람은, 반곱슬이 맘에 들 때는 걍 다니고

마음에 안 들 때는 고데기를 한다거나 하고 다니겠지?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에 크게 개의치 않고 사는 안드로진들이 이 경우에 속할 거야.

 

 

난 개인적으로 3번에 속한다고 생각해.

난 생물학적으로는 여자지만 그렇게 예쁘게 생긴 편은 아니라서

(그리도 가슴도 크지 않아서)

머리를 커트만 해도 남자로 오해받는 일이 종종 있어.

 

하지만 남자의 수염이 나는 건 싫기 때문에 화학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남자의 몸을 갖고 싶지는 않아.

솔직히 키는 좀 컸으면 싶지만 그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ㅋㅋ...

 

옷은 보통은 중성적인 스타일로 많이 입지만

어쩌다 한번씩 극도로 싸나이처럼 입기도 하고, 극도로 소녀처럼 입기도 해.

그럴 때 거울을 보면 완전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들어 ㅋㅋㅋ

와 잘 어울리는데? 싶으면서도 완전 코스프레 하는 기분이라서

매일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아 ㅋㅋㅋ

 

 

 

:
▷ 왜 굳이 스스로를 안드로진으로 정의하려고 해?

 

나를 이상한 사람 / 괴물로 보는 사람들에게

나 역시 여러가지 인간 중의 한 종류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또는 그렇게 느끼고 싶어서라고 생각해.

 

이 부분은 개인차가 크니까,

여기부터는 어디까지나 내 경우에 한정된 얘기라고 생각하고 읽어 줘.

 

 

 

 

 

* * *

 

 

 

 

나는 젠더퀴어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부터

내가 또래 여자들과는 좀 다르다고 생각했어.

 

분명히 외모는 여자가 맞긴 한데

그들처럼 살기가 너무 불편한 거야.

 

예를 들어 난 아주 어린 시절

또래 여자아이들처럼 인형놀이를 좋아했지만

로봇도 너무 좋아했어.

 

남동생은 내 미미 인형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난 남동생의 철인28호 로봇이 너무 좋았거든.

 

좀 더 크고 나선

난 여자아이들처럼 십자수와 공기놀이를 좋아했지만

점심시간엔 고무줄놀이보다 남자아이들과 축구를 하는 게 더 좋았어.

 

여자애들은 날 이상하게 생각했지.

물론 나도 내가 이상했어!

 

이런 차이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지만

그 땐 젠더나 젠더퀴어 같은 개념을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냥 내가 좀 이상한 애라서, 라는 게 가장 쉬운 설명이었지.

 

사람이란 게

본능적으로 자기 집단과 다른 것을 배척하려는 성질이 있잖아.

그래서 괴롭힘을 당한 적도 숱하게 있었어.

 

세상에 배척당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나도 따돌림당하기 싫으니까 또래집단과 같아져보려고 노력했지.

근데 그게 정말 고통스러운 거야.

그건 내가 아니고 매일매일 다른 누군가를 연기하는 삶인 거야.

친구라는 사람한테도 솔직한 내 얘기라곤 할 수가 없는 삶인 거지.

 

그래서 어느 순간 연기를 포기하면

또 '이상한 애' 취급을 당하기 시작하는 거고... 악순환 ㅋㅋ

그러다보면 나 자신도 스스로를 이상한 사람 / 괴물로 보게 되는 거야.

 

성인이 되어서도

"나는 왜 화장한 내 모습이 불편할까"

"나는 왜 언니라는 소리가 불편할까"

"나는 왜 보통 여자들과 놀다보면 금방 피곤해질까"

"나는 왜 보통 여자들과 같아 보이지 않을까"

"나는 왜 보통 여자들과 말투가 다를까"

 

같은 질문들이 계속 마음 속에 맴돌게 돼.

엄청 에너지 소모하게 되지.

 

 

 

 

그런 상황에서 "안드로진"이라는 개념을 접했을 때 난 너무 놀라웠어.

아 세상에 나처럼 느끼는 사람이 또 있구나 싶었고,

내가 괴물이거나 유별나거나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사람의 여러 가지 종류 중 하나인 거잖아.

 

빨간색과 파란색이 원래부터 다르듯이,

원래 다른 거니까 '보통 여자'들과 같지 않다고 해서 괜히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어진 거야.

 

굳이 보통 여자들에게 맞추지 않아도, 내가 그냥 내 좋은대로 살면 되는 거니까.

왜냐면 난 안드로진이니까.

 

물론 안드로진이나 젠더퀴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난 희한한 사람이겠지만

최소한 내가 내 마음의 평화는 찾을 수 있게 된 거니까, 난 매우 만족해.

나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중요 키워드를 하나 찾은 거니까.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안드로진'으로 정의하게 된 거야.

:
▷ 안드로진은 왜 언니/형/누나/오빠 이런 호칭에 불편함을 느껴?

 

 

 

이건 입장을 바꿔보면 의외로 쉽게 이해를 할 수 있는 부분이야.

 

질문자는 몸도 마음도 남자고, 옆집에 어린 여자아이가 산다고 가정하자.

근데 그 여자아이는 질문자를 마주칠 때마다 "언니 안녕?"이라고 인사해.

그럼 기분이 어떨까?

 

이상하고 불편하겠지.

왜냐면 난 남자잖아. '형'이자 '오빠'로 불려야 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잖아.

 

그게 바로 안드로진들이 "언니(누나)/형(오빠) 류의 호칭"을 들을 때 느끼는 감정이야.

그래서 차라리 젠더적인 전제가 없는 '~ 씨' '~ 선배' '~ 대리' 같은 표현이 편한 거지.

 

 

다만 그런 류의 호칭을 어느 정도로 싫어하느냐는 개인차가 있어!

 

여기서 내 경우의 얘기만 들자면

난 솔직히 언니(누나)라고 불리는 게 영 불편하고 싫을 때가 있지만

노이로제 돋을 정도로 싫어하는 정도는 아니야.

 

그냥 많은 성 다수자들(소위 말하는 일반인)과 어울려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참고 적응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거지.

 

:
▷ 안드로진이랑 바이젠더랑 차이가 뭐야?

 

 

 

안드로진은 자신 안에 남자와 여자가 섞여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자 혹은 여자로 규정되는 것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야.

 

바이젠더는 때로는 자신을 남자로 생각하고,

때로는 자신을 여자로 생각하는 사람이지.

 

 

 

그림과 함께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다음 글을 읽어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거야.

바이젠더와 안드로진의 차이 : http://ismhp.blog.me/20189444275

:

▷ 안드로진은 자신을 '남자 같은 여자 / 여자 같은 남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안드로진은 자신 안에

남성성과 여성성이 구분되지 않은 채로 혼합되어 있다고 생각해.

남성과 여성 그 가운데의 어디쯤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굳이 말하자면

중성(中性)이나 간성(間性)이 개념적으로 더 와 닿는 것 같아.

 

 

따라서

남자 같은 여자 = 나는 남자 같은 면이 있지만 여자입니다.

여자 같은 남자 = 나는 여자 같은 면이 있지만 남자입니다.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이 안드로진인 거지.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야!

결국 성별 정체성은 자기가 스스로를 정의하는 용어인만큼,

이 블로그에서의 정의가 절대적인 건 아니라는 점,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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