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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굳이 스스로를 안드로진으로 정의하려고 해?

 

나를 이상한 사람 / 괴물로 보는 사람들에게

나 역시 여러가지 인간 중의 한 종류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또는 그렇게 느끼고 싶어서라고 생각해.

 

이 부분은 개인차가 크니까,

여기부터는 어디까지나 내 경우에 한정된 얘기라고 생각하고 읽어 줘.

 

 

 

 

 

* * *

 

 

 

 

나는 젠더퀴어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부터

내가 또래 여자들과는 좀 다르다고 생각했어.

 

분명히 외모는 여자가 맞긴 한데

그들처럼 살기가 너무 불편한 거야.

 

예를 들어 난 아주 어린 시절

또래 여자아이들처럼 인형놀이를 좋아했지만

로봇도 너무 좋아했어.

 

남동생은 내 미미 인형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난 남동생의 철인28호 로봇이 너무 좋았거든.

 

좀 더 크고 나선

난 여자아이들처럼 십자수와 공기놀이를 좋아했지만

점심시간엔 고무줄놀이보다 남자아이들과 축구를 하는 게 더 좋았어.

 

여자애들은 날 이상하게 생각했지.

물론 나도 내가 이상했어!

 

이런 차이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지만

그 땐 젠더나 젠더퀴어 같은 개념을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냥 내가 좀 이상한 애라서, 라는 게 가장 쉬운 설명이었지.

 

사람이란 게

본능적으로 자기 집단과 다른 것을 배척하려는 성질이 있잖아.

그래서 괴롭힘을 당한 적도 숱하게 있었어.

 

세상에 배척당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나도 따돌림당하기 싫으니까 또래집단과 같아져보려고 노력했지.

근데 그게 정말 고통스러운 거야.

그건 내가 아니고 매일매일 다른 누군가를 연기하는 삶인 거야.

친구라는 사람한테도 솔직한 내 얘기라곤 할 수가 없는 삶인 거지.

 

그래서 어느 순간 연기를 포기하면

또 '이상한 애' 취급을 당하기 시작하는 거고... 악순환 ㅋㅋ

그러다보면 나 자신도 스스로를 이상한 사람 / 괴물로 보게 되는 거야.

 

성인이 되어서도

"나는 왜 화장한 내 모습이 불편할까"

"나는 왜 언니라는 소리가 불편할까"

"나는 왜 보통 여자들과 놀다보면 금방 피곤해질까"

"나는 왜 보통 여자들과 같아 보이지 않을까"

"나는 왜 보통 여자들과 말투가 다를까"

 

같은 질문들이 계속 마음 속에 맴돌게 돼.

엄청 에너지 소모하게 되지.

 

 

 

 

그런 상황에서 "안드로진"이라는 개념을 접했을 때 난 너무 놀라웠어.

아 세상에 나처럼 느끼는 사람이 또 있구나 싶었고,

내가 괴물이거나 유별나거나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사람의 여러 가지 종류 중 하나인 거잖아.

 

빨간색과 파란색이 원래부터 다르듯이,

원래 다른 거니까 '보통 여자'들과 같지 않다고 해서 괜히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어진 거야.

 

굳이 보통 여자들에게 맞추지 않아도, 내가 그냥 내 좋은대로 살면 되는 거니까.

왜냐면 난 안드로진이니까.

 

물론 안드로진이나 젠더퀴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난 희한한 사람이겠지만

최소한 내가 내 마음의 평화는 찾을 수 있게 된 거니까, 난 매우 만족해.

나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중요 키워드를 하나 찾은 거니까.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안드로진'으로 정의하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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