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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면 물어봐!

안드로진 1문1답 | 2018. 10. 29. 10:31 | Posted by 안드로진

이 블로그,

새 글이 없어서 방치되어있나? 싶을 수 있겠지만!

 

실은 생업이 바빠서... 새 글을 못 쓰고 있을 뿐

항상 지켜보고 있어~

 

혹시라도 안드로진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댓글이나, 방명록을 이용해서 질문을 남겨줘.

보는 즉시 최선을 다해서 대답할게.

 

민감한 내용이라면 꼭 "비밀글"에 체크하도록 해!

:
▷ 안드로진은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을 싫어해?

 

 

사람의 생김새나 사고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건

안드로진 모두가 이렇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문제야.

 

마치 "모든 반곱슬은 자신의 머리를 싫어해?"

랑 비슷한 질문인 것 같아.

 

마침 비유 대상이 반곱슬이 나왔으니까...

계속 반곱슬에 비유를 해서 설명해 보자면

 

반곱슬을 가진 사람의 심리도 여러가지가 있을거야.

 

1. 나는 내 반곱슬이 나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

2. 나는 내 반곱슬이 나랑 완전 안 어울리는 것 같아.

3. 나는 사실 뭐 상관없는 것 같아.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머리스타일로 바꾸면 되지.

 

 

 

1번 사람은, 그냥 자기 머리스타일에 만족하면서 살겠지?

누가 "님 머리 이쁘다, 파마한 거예요?" 라고 물어보면

"아니에요 ㅋㅋ 저 원래 반곱슬임" 이렇게 자랑스럽게 대답할 거구.

 

안드로진인데 자기의 생물학적 성별과 그 외모에 만족한다면

뭐 그냥 남자로 태어나서 또는 여자로 태어나서 좋은 점을 좋다고 치고

그럭저럭 만족하고 살아갈 거야.

 

 

 

2번 사람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바꾸려고 하겠지?

반곱슬 성질을 감추려고 아예 매직으로 펴버리거나, 더 펌을 넣거나.

 

안드로진인데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에 불만족하는 경우는

자신의 외모가 '중성성'을 어필하는데 부적합하다고 생각해서

얼굴을 성형하거나, 여자의 경우에는 가슴의 크기를 줄이거나 하는 경우도 있어.

 

 

 

3번 사람은, 반곱슬이 맘에 들 때는 걍 다니고

마음에 안 들 때는 고데기를 한다거나 하고 다니겠지?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에 크게 개의치 않고 사는 안드로진들이 이 경우에 속할 거야.

 

 

난 개인적으로 3번에 속한다고 생각해.

난 생물학적으로는 여자지만 그렇게 예쁘게 생긴 편은 아니라서

(그리도 가슴도 크지 않아서)

머리를 커트만 해도 남자로 오해받는 일이 종종 있어.

 

하지만 남자의 수염이 나는 건 싫기 때문에 화학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남자의 몸을 갖고 싶지는 않아.

솔직히 키는 좀 컸으면 싶지만 그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ㅋㅋ...

 

옷은 보통은 중성적인 스타일로 많이 입지만

어쩌다 한번씩 극도로 싸나이처럼 입기도 하고, 극도로 소녀처럼 입기도 해.

그럴 때 거울을 보면 완전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들어 ㅋㅋㅋ

와 잘 어울리는데? 싶으면서도 완전 코스프레 하는 기분이라서

매일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아 ㅋㅋㅋ

 

 

 

:
▷ 왜 굳이 스스로를 안드로진으로 정의하려고 해?

 

나를 이상한 사람 / 괴물로 보는 사람들에게

나 역시 여러가지 인간 중의 한 종류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또는 그렇게 느끼고 싶어서라고 생각해.

 

이 부분은 개인차가 크니까,

여기부터는 어디까지나 내 경우에 한정된 얘기라고 생각하고 읽어 줘.

 

 

 

 

 

* * *

 

 

 

 

나는 젠더퀴어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부터

내가 또래 여자들과는 좀 다르다고 생각했어.

 

분명히 외모는 여자가 맞긴 한데

그들처럼 살기가 너무 불편한 거야.

 

예를 들어 난 아주 어린 시절

또래 여자아이들처럼 인형놀이를 좋아했지만

로봇도 너무 좋아했어.

 

남동생은 내 미미 인형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난 남동생의 철인28호 로봇이 너무 좋았거든.

 

좀 더 크고 나선

난 여자아이들처럼 십자수와 공기놀이를 좋아했지만

점심시간엔 고무줄놀이보다 남자아이들과 축구를 하는 게 더 좋았어.

 

여자애들은 날 이상하게 생각했지.

물론 나도 내가 이상했어!

 

이런 차이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지만

그 땐 젠더나 젠더퀴어 같은 개념을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냥 내가 좀 이상한 애라서, 라는 게 가장 쉬운 설명이었지.

 

사람이란 게

본능적으로 자기 집단과 다른 것을 배척하려는 성질이 있잖아.

그래서 괴롭힘을 당한 적도 숱하게 있었어.

 

세상에 배척당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나도 따돌림당하기 싫으니까 또래집단과 같아져보려고 노력했지.

근데 그게 정말 고통스러운 거야.

그건 내가 아니고 매일매일 다른 누군가를 연기하는 삶인 거야.

친구라는 사람한테도 솔직한 내 얘기라곤 할 수가 없는 삶인 거지.

 

그래서 어느 순간 연기를 포기하면

또 '이상한 애' 취급을 당하기 시작하는 거고... 악순환 ㅋㅋ

그러다보면 나 자신도 스스로를 이상한 사람 / 괴물로 보게 되는 거야.

 

성인이 되어서도

"나는 왜 화장한 내 모습이 불편할까"

"나는 왜 언니라는 소리가 불편할까"

"나는 왜 보통 여자들과 놀다보면 금방 피곤해질까"

"나는 왜 보통 여자들과 같아 보이지 않을까"

"나는 왜 보통 여자들과 말투가 다를까"

 

같은 질문들이 계속 마음 속에 맴돌게 돼.

엄청 에너지 소모하게 되지.

 

 

 

 

그런 상황에서 "안드로진"이라는 개념을 접했을 때 난 너무 놀라웠어.

아 세상에 나처럼 느끼는 사람이 또 있구나 싶었고,

내가 괴물이거나 유별나거나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사람의 여러 가지 종류 중 하나인 거잖아.

 

빨간색과 파란색이 원래부터 다르듯이,

원래 다른 거니까 '보통 여자'들과 같지 않다고 해서 괜히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어진 거야.

 

굳이 보통 여자들에게 맞추지 않아도, 내가 그냥 내 좋은대로 살면 되는 거니까.

왜냐면 난 안드로진이니까.

 

물론 안드로진이나 젠더퀴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난 희한한 사람이겠지만

최소한 내가 내 마음의 평화는 찾을 수 있게 된 거니까, 난 매우 만족해.

나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중요 키워드를 하나 찾은 거니까.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안드로진'으로 정의하게 된 거야.

: